[교육플러스] 캐나다의 학교 교육은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온타리오 주는 성공적인 교육개혁 성과로 더 주목 받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학점제의 모델을, 교사들은 개별화 교육 사례를, 학부모는 부담은 적고 성적은 좋은 교육을 온타리오에서 찾는다. 모든 학생에게 친절하지만 성취도 놓치지 않는다는 이상을 내세운 온타리오 학교의 현장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교육플러스>는 한국에서 교육받고 교육기자로 활동하다 캐나다로 이주, 교생실습을 마치고 온타리오 주 라임스톤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정은수 교육플러스 국제전문기자의 눈으로 바라 본 온타리오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자, 각자 휴대폰을 꺼내든지 필요하면 보관함에 있는 크롬북을 꺼내와서 자기가 고른 노예 반란 사건에 대해서 조사해보자.”
“샘, 전 그냥 제 노트북 꺼낼게요.”
“그게 편하면 그래도 좋고.”
“전 휴대폰으로 읽는 게 익숙해서 휴대폰으로 할래요.”
“딴짓 할 생각만 아니라면 뭐든지 괜찮아.”

세계사 수업 중 티파니(가명) 선생님과 학생들이 세계 각지의 노예 반란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조사하는 전문가 집단 활동을 하기 전에 나눈 대화다. 세계에는 휴대폰 반입 자체를 금지할 것인지를 논하는 곳이 아직도 있는 반면 이곳 교실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수업 시간 중 허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권장한다. 


보편적 학습 설계의 일환 


킹스턴 중등학교가 소속된 온타리오 주 라임스톤 교육청에서는 아예 “개인기기 지참(Bring Your Own Device, BYOD)”이라고 이름붙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적인 목적 사용을 위해서 개인 정보통신 기기를 학교로 들고 오라는 얘기다. 

이런 정책은 한편으로는 어차피 사회에 나가면 생활도 업무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대인만큼 졸업 후 사회에서 살아갈 준비를 한다는 실용교육의 관점과 미래역량으로 꼽히는 디지털 역량 함양의 역량교육 관점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장애를 가진 학생, 이민자 학생, 취약계층 학생 등이 함께하는 통합교육 교실에서 모두 학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한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의 관점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개별화 교육과 함께 현재 온타리오 교육의 핵심을 이루는 보편적 학습 설계는 수업과 환경을 설계할 때부터 일반 학생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필요를 가진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길을 하나의 환경 또는 하나의 수업 안에 열어놓는다는 개념이다. 

그런 관점에서 휴대폰이나 크롬북의 사용을 예로 들자면, 기자가 맡았던 양쪽 교실에 모두 있던 난필증 학생에게 이 기기들은 단순히 인터넷의 자료를 접근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기이기 이전에 손글씨를 대체할 수 있는 필기 수단이 된다. 만약 손이나 소근육에 장애가 있어서 키보드나 휴대폰 자판을 사용하기 힘들 경우 음성녹취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학생들에게는 편리한 편집 기능이 도움이 되고 새로 이주해온 학생은 자동번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교실마다 비치돼 있는 크롬북 보관함. 각각 6대 총 12대가 한 교실에 있어 개인 휴대폰까지 병행해서 사용하면 기기가 모자랄 일은 없다. (사진=정은수 국제전문기자)
교실마다 비치돼 있는 크롬북 보관함. 각각 6대 총 12대가 한 교실에 있어 개인 휴대폰까지 병행해서 사용하면 기기가 모자랄 일은 없다. (사진=정은수 국제전문기자)

그렇다고 어려움이 있는 학생만 사용할 수 있거나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기의 사용이 장애를 드러내는 낙인이 되지도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서 회사에서도 심지어 교사들도 많은 정보와 업무를 휴대폰으로 처리하는 상황인데다 학문적 자료도 인터넷으로 가장 접근이 쉬우니 일반 학생도 당연히 휴대폰이나 크롬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고 단순히 글씨가 느린데 타자가 빠른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당연히 고교 수업에서는 스스로 자료를 찾아 하는 활동이 많다 보니 누구나 원할 때 기기를 쓰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다보니 수업 중 ‘누구나 사용해도 되고, 누구에게나 유용하지만,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되게 한다’는 보편적 학습 설계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기기가 휴대폰과 크롬북이다. 

보편적 학습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마다 기기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이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실제로 학생 수마다 기기를 지급하는 것은 이곳이라도 예산상 쉽지 않다 보니 라임스톤 교육청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인기기 활용을 최대한 장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기가 부족한 일은 없다. 일부 학생은 웬만해서는 기기를 쓰지 않기도 하고, 개인 휴대폰을 활용하기도 하다 보면 교실마다 두 개씩 비치된 보관함에 있는 12대의 크롬북이면 충분했다.


수업이 재미있으면 집중한다는 자신감 


보편적 학습 설계도 디지털 역량 함양도 좋지만,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허용을 넘어 장려할 경우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겠냐, 휴대폰으로 딴짓을 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여기서도 그런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는 에바(가명)가 아예 워드의 녹취 기능을 틀어 수업 활동을 하는 척을 해놓고는, 손은 열심히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고 있었다. 다른 날에는 총괄 과제를 하는 시간 동안 에이브(가명)가 휴대폰으로 음악 사이트를 들어가 노래를 듣는 게 보여서 옆에 갔더니, 능청스럽게 창을 전환해 준비해놓은 사료를 보여주면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제가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팟캐스트 소재로 삼았는데, 이 사료를 인용하는 게 적합할까요?”
“그래, 보니까 네가 찾은 사료가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는 가치들을 잘 설명하고 있으니 남은 시간에는 다른 것보다는 그걸 좀 더 자세히 읽어보면 좋겠네.”

총괄 과제 진행 정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딴짓하는 걸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넌지시 딴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눈치를 주고 지나갔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데도 교육청에서 개인기기 사용을 장려하고, 교사들도 이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수업의 통제보다는 학생의 학습이 우선이라는 가치관과 교사가 학생과 관계를 쌓고 흥미 있는 수업을 한다면 학생은 딴짓을 하지 않고 참여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돼 있었다. 학생들이 딴짓을 하면 그건 수업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유치원부터 고3 교실에서까지 학생들의 흥미에 맞는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물론 단순히 재미있는 소재를 찾는다는 뜻은 아니다. 학생이 관심 가질 만하거나 의미를 둘 만한 소재를 찾기도 하지만, 학생이 학습하는 방식이나 학생의 역량을 고려해 적절한 활동과 수업 내용을 제공하는 측면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각 학생에게 적절한 학습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수업 참여에 통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바는 오타와 대학 고전학과에 이미 합격을 해놓은 학생이라 학점만 채우면 되니 과제를 잘할 동기도 없었고 전공이 전공이라 수업 활동이 너무 쉽기도 했던 것이고, 에이브는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든 학생이기 때문에 계속 앉아서 자료 조사를 시키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지, 생활지도가 안 되거나 휴대폰 관리 정책이 물러서 그랬던 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꼭 첨단기기가 아니어도 된다


눈에 띄는 정책이고 기기의 활용이 보편적 학습 설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예를 휴대폰으로 들어서 그렇지, 보편적 학습 설계는 꼭 첨단기기의 활용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글씨의 예를 이어가자면, 수업 중 글씨를 쓰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종이 대신 화이트보드를 활용하거나, 말로 학습한 내용을 설명하고 교사, 보조교사, 친구에게 대필을 부탁할 수도 있다. 연필 잡는 것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손글씨 교정기도 누구나 필요하다면 교실 한쪽에서 가져와서 쓸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을 하는 학생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수업 자료를 시각 자료, 문서 자료, 영상 자료, 강의나 음성 자료를 골고루 섞어 제공하거나 자유롭게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학습한 내용을 표현하는 활동을 할 때도 글로만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학생은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말로 설명할 수 있게도 한다. 

교실 한쪽에는 이를 위해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는 학습자료와 도구들을 비치해놓는다. 기자가 한 역사 수업의 경우 필요한 학생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와 역사적 사고 도표들을 비치해놓기도 했다. 수학 수업이라면 손으로 사용해볼 수 있는 교구나 계산기, 공식 일람표 같은 것들을 제공해놓는다.

교실 한쪽에는 학생들의 학습 양식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도구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정은수 국제전문기자)
교실 한쪽에는 학생들의 학습 양식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도구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정은수 국제전문기자)

첨단기기의 활용으로 음성, 영상, 타자 등 하나의 장치로 좀 더 다양한 학생의 학습과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모든 활동에서 다양한 표현의 여지를 모두 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특별히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기기 사용 외에도 접근법 몇 가지는 모든 학생에게 항상 열어놓는다. 예를 들어, 미카(가명) 선생님 교실에서는 기기 사용 외에도 대필과 구술을 모든 활동의 결과물 작성에 허용했다. 그 외에도 수업 중 연극, 미술, 음악, 춤 등으로 배운 내용을 표현할 기회도 골고루 제공해준다. 

직접적인 학습 활동 외에도 교실 환경이나 학급 운영에도 보편적 학습 설계는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카 선생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언제나 돌아다니거나 원하는 곳에 서 있거나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누울 수도 있었다. ADHD와 같은 집중력 장애를 갖고 있어 신체 휴식(body break)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적용할 때 특정 학생에게만 허용하면 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허용하는 것이다. 꼭 장애가 없어도 장시간 한 자리에 앉는 것보다 몸을 푸는 게 집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티파니 선생님 교실에는 필요하면 언제든 개별 학습츨 할 때는 헤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소리 자극에 민감한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애가 없는 학생도 집중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학생 휴대폰 사용을 권장하는 교육청이라니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학교 환경과 수업 전반에 배어 있는 보편적 학습 설계의 관점으로 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학생에게 일대일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도, 최소한 다양한 양식의 학습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놓되, 남과 다른 학습 방법이 낙인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통합교육의 의지를 담은 보편적 학습 설계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었다. 물론 언제든 학생이 참여하고 싶은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교사의 수업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기도 했다.

정은수 교육플러스 국제전문기자
정은수 교육플러스 국제전문기자

정은수는 10년간 한국교육신문 기자와 University  World News 한국 통신원 등으로 일하면서 국내외 교육현장을 살펴왔다. 현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교원자격증 전환 과정을 밟고 있으며, 교육플러스 국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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