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장관 "유아교육 현장도, 초등교육 현장도 몰라"
의견수렴도 모두 패싱..."유아의 놀 권리를 빼앗은 정부"

[교육플러스] 교육부는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교육부 업무보고를 통해 5대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국가 책임제로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 해소’를 제시하고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하여, 모든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 방향을 본격 논의·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5세로 하향 조정하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계 대부분이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자 국무총리는 교육부장관에게 여론수렴을, 대통령은 조속한 공론화를 지시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교육플러스>는 교육계 대부분이 왜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지 교육단체들 입장을 릴레이로 들어봤다.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정유미 전교조경기지부 유치원위원회 정책부장/ 경기 광명 하안남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정유미 전교조경기지부 유치원위원회 정책부장/ 경기 광명 하안남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교육플러스=조미정 기자]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 사전 브리핑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당기는 방안을 발표한 후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2025년 시행 로드맵을 내놓으며 조기 취학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며, 사교육 격차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내 두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이것이 과연 한 나라의 교육계 수장이라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사회 곳곳에서 경제적인 논리로 조기 취학에 대한 요구들이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교육권과 행복권을 위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야하는 사람 아닌가?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며 교육을 통해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해 인간 발달과 관련된 교육정책은 당사자들과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 촘촘하게 계획해 진행할 일이다.

특히 학제개편은 학부모, 유아교육계, 초등교육계와 여러 차례에 걸쳐 의논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세심하게 다가가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런 중요한 정책을 즉자적으로 세워 강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현장에서 함께 하는 교사로서, 또한 유치원 현장 교육의 연구자로서 이번 학제개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유아교육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5세 유아들에게 가장 적절한 교수학습방법은 '놀이'이다. 따라서, 유아교육은 놀이를 통한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초등교육은 교과 지식 습득에 방점을 두고 교육을 하고 있고 책상에 앉아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유아에게 적용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아동 학대이다.

연령이 어리면 어릴수록 발달 기준을 연(年)수가 아닌 월(月)수로 접근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며 학계 정설이다. 이를 현장교사 시각으로 재해석하자면 학급에 있는 아이들의 개인별 격차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매우 단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만5세 아이들 중 누구는 글자를 읽을 수 있고 누구는 읽지 못한다. 또 대소변 처리를 혼자 하는 아이도 있고 전혀 못 하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초중등 교육에서 논하는 학습 격차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를 무시한 채 한 교실에 2개 연령의 아이들을 함께 생활시키자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지금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입학 후 1학기 동안은 적응기를 보낸다. 입학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적응 시간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경력 단절기로 이 시기를 보낸다.

이처럼 유치원과 다른 초등학교에도 적응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현 상황에서, 만5세 유아가 유치원이 아닌 초등학교에 들어가길 원하는 학부모와 교사는 없다. 또, 가장 중요한 만5세 아이들은 과연 이를 원할까?


만 5세 유아를 교육하는 사람 = 유치원 교사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직접 가르쳐본 현장 교사들이라면 이번 학제개편 방안이 얼마나 현장을 도외시한 정책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밀실에서 급조한 것이며, 학교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기 어려운 사회구조 속에서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과 학원이 대체하고 있다 보니, 현장교사인 내가 느낀 만5세의 아이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사회정서적 발달이 정체되어 있다.

단순히 체격이 좋아진 것으로 발달을 논하는 것은 수준 낮은 접근이다. 발달에는 신체적 발달 외에도 인지적, 사회정서적 발달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해마다 아이들의 생활지도, 기본생활습관 지도에 어려움 증폭되고 있고, 이를 극복해가며 아이들을 교육해 온 것이 바로 유치원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체 초등학교 교사들 중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만5세를 가르쳐본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교육할 대상의 전공자도 아닌 사람들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이 공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기초적인 고민을 했다면 조기입학 방안은 절대 쉽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발표는 만 5세 아이들의 발달권을 무시한 것과 더불어, 전국의 모든 유아교육 전문가들을 모독한 행위이다.


유아교육은 이미 공교육


조기 취학은 76년만의 학제개편으로 그 필요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 전문가 및 현장의 의견 수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유아와 부모, 현장교사는 물론 유·초·중등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그 어디와도 이 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유아의 삶과 직결된 정책에 소통없는 졸속 입안이 가정과 사회에 일으킬 파장과 그에 따른 책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부는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비함에도 조기입학 추진 이유를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그동안 모든 유아에게 적기에 동등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지원했던 누리과정은 유아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 질 낮은 정책이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이미 유치원은 무상교육으로 공교육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그 위상은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친다.

유아는 유치원에서 친구와 놀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해야 할 권리가 있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져야 할 고귀한 존재이다. 국가와 사회는 유아에게 유치원에서 충분히 놀이하면서 성장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유아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고 놀이할 수 있는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 글. 정유미 전교조경기지부 유치원위원회 정책부장/ 경기 광명 하안남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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