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영상=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영상=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교육플러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만장일치로 한국의 국가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1964년 설립된 이래로 개발도상국을 선진국으로 변경한 사례로는 한국이 처음이다. 더불어 최근 100년의 세계사에서 식민지배의 전력을 가진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최초이기도 하다. 이처럼 최초는 의미와 함께 주목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선진국에 살고 있는가?’라는 성찰적 질문을 던져보면,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이정동 교수의 저서 『최초의 질문』에 따르면 이는 한국이 선진국에 걸맞는 독창적인 사례를 제시하거나 도전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던 탓이다. 즉, 한국은 선진국이 밟아왔던 길을 뛰어난 수준으로 벤치마킹해 ‘최고’가 되는 성공은 했지만, 새로운 발견이나 신기술을 ‘최초’로 갖추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벤치마킹’이란 ‘경쟁 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하게 분석해 경쟁 업체를 따라잡음. 또는 그런 전략’이라고 국어사전에 정의돼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본따르기(본따르다, 본따라 만들다)’로 순화했다. 한마디로 벤치마킹은 과거 ‘최고’를 본따르려는 산업화 시대의 발상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 이젠 디지털 대문명 시대다. 지금은 최고가 아닌 ‘최초’를 지향하는 역발상이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우리 교육에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미래 전략이기도 하다.

이젠 남이 안 하는 것을 ‘최초’로 하도록 가르쳐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과 적극적인 교육으로 가야 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Metaverse), 사물인터넷(IoT),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디지털 대문명의 시대정신이다. 따라서 이를 반영하는 교육 슬로건이 돼야 한다. 이에 부합한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2021년에 10년 후를 내다보며 2031년 달력을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고 인재 육성 교육에 전념하는 상아탑의 총장이 있다. 그는 평소 연구실 TV를 거꾸로 걸어두고 있는 등 과거부터 ‘괴짜 교수’로 불려왔다. 1999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바로 현재 카이스트 총장 이광형 교수다.

그는 ‘10년 후 미래를 생각하며 살자’는 취지로 2031년 달력을 만들고 거기엔 거꾸로 된 세계지도, 거꾸로 된 대학 조직도 등을 담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대학들은 지나치게 획일화돼 다양성이 부족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일찍이 국내 몇몇 대학들은 국가 위상에 맞는 세계 일류대학을 꿈꾸며 그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고등교육 정책으로 볼 때 그 꿈의 성취 여부는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왜냐면 우리 대학의 장기인 기존의 ‘따라하기’ 전략으로는 이제 한계에 부딪혀 단지 청사진만 거창한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거기엔 아직도 벤치마킹 전략을 여전히 구사하고 있다. 일례로 대학 교육을 받고 졸업하는 우리 청년들의 로망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고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또한 청년들이 삼성이나 구글, 애플, 메타(구 페이스북)와 같은 대기업만을 지향하는 것 역시 또한 2류 의식의 대표적 증거다. 이것이 대학 교육의 현실이다.

그들은 유대인의 본고장 이스라엘이나 가까운 G2 국가인 중국과 같이 창업을 원하는 다수의 젊은이들과 차원이 다르다. 세상에서 최고(일류)가 되기 위해선 세계 최고(일류)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배짱과 용기로 자기 인생을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투신하는 청년들에게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단지 현실에 구속되고 안주하고자 스스로 설정한 한계, 울타리에 갇힌 우리의 청년들과 그들을 배출하는 우리의 대학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라"고 말했다. 이는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문제는 두려워 꿈조차 꾸지 못하는 청년을 육성하는 우리 교육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창업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2030 MZ 세대는 과거의 사고에 반란을 도모하는 의식 혁명이 필요하다. 이는 바로 ‘최초’를 지향하는 의식으로의 전환, 사고의 역발상으로 자신들의 꿈을 성취한 창업가들이 그를 증명한다. 예컨대 넥슨의 김정주, 아이디스의 김영달, 올라웍스의 김준환, 네오위즈의 신승우와 같은 창업가들 말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기존에 존재하는 남의 것으로 ‘최고’가 되려는 벤치마킹 교육이 아니라 바로 ‘최초’를 지향하는 상상력, 창의성을 키워 우리의 것으로 승부를 거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정동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문제를 푸는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 해결자로서 익숙해진 관행에 지금 발목이 잡혀 있다”며 “추격의 정점을 지나 진정한 기술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은 축적의 지향으로서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최초의 질문은 ‘기존 분야에서 모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규범을 제시하려는 뜻이 담긴 질문, 즉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이다.

이러한 최초의 질문을 던진 사람은 많다. 그 중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있다. 통상적으로 로켓은 하늘을 뚫고 우주로 나아가면서 연료를 소진한 추진체(1단 로켓)를 분리한다. 바다에 떨어진 1단 로켓은 따로 회수해서 버리는 게 업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상식을 상식으로 여기지 않았던 그는 “1단 로켓을 다시 쓰면 어떨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1단 로켓을 재사용할 수만 있다면 우주로 날아오르는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었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는 이 의구심을 해소하고자 회사를 세우고 재사용 로켓 개발에 착수하여 네 차례의 실험 끝에 마침내 성공했다. 그의 최초의 질문 하나로 스페이스 X는 민간 우주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한국도 세계에서 7번째로 자체 개발 발사체의 성공으로 우주 강국 시대를 열었다. 이제부터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이전보다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최초의 질문을 추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엔 현재의 내(국가)가 아니라 미래의 내(국가) 모습을 상상하는 의지와 야망을 담아야 한다. 이를 우리의 초중등 교육에 친밀하게 정착시키는 것이 명실공히 디지털 대문명 시대에 K-교육이 추구할 위대한 미션(Mission)이라 믿는다.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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