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우리나라 여성의사들이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 사회 지도자로 국가 사회를 위하여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특히 흩어져있는 그들의 활동과 의료분야 외에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서의 활동과 업적을 찾아 정리해 본다. 첫 번째로 1900년 최초의 여성의사 박에스터 이후 현재까지 여성계와 의료계에서 간과 또는 축소되거나 누락된 여성의사들이 근대기 이후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 어떻게 살았는지를 의료역사의 관점에서 알아본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 에스더 박(사진=네이버 포스트 서울시간여행 Seoul Time Travel)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 에스더 박(사진=네이버 포스트 서울시간여행 Seoul Time Travel)

전통적으로 여성의사들은 주로 진출한 산부인과, 소아과 등 의료분야 외에 교육, 정치, 행정, 법조, 군진의학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였습니다. 또 임상의학 분야도 여성의사들의 주 진출분야 입니다. 이외에 오랫동안 남성의사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온 일반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물론 비뇨기과까지 고루 진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개항으로 서구식 의료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시대의 어의는 약방기생과 함께 천한 신분이라는 사회적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이었으며, 그마저도 의사는 남성의 전유물로 알았던 시대 상황에서 1900년 박에스터가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존스 홉킨즈대학의 전신)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귀국한 것은 참으로 의료사적으로나 여성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로 알려진 서재필이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때가 1892년이니 이로부터 불과 8년 뒤의 일이며, 세계 최초의 여의사인 엘리자베스 블랙웰이 등장한 1849년과 비교해도 매우 선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박에스터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미국에서 정규 의학교육을 받은 두 번째 의사이며, 이는 조선을 통틀어도 1899년 일본 도쿄자혜의원의학교를 졸업한 김익남에 이어 세 번째 근대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조선의 첫 여성의사 박에스터가 조선도 아닌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된 것은 박에스터의 아버지 김홍택이 대한제국에서의 원활한 선교의 길을 찾고 있던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의 집안일을 돕고 있었고 스크랜턴 여사가 여자아이들을 교육한다는 소식에 접할 수 있어서 당시 8살이던 셋째 딸 점동(결혼 후 남편 박유산의 성을 따라 박에스터로 불림)을 데리고 이화학당의 초기 학생으로 입학시킴으로써 기회에 다가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에스더가 총명하고 영어를 잘하여 보구여관에서 셔우드 의사의 통역과 의료보조 활동이 인정을 받게 되어 미국유학을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조선에서 유일하게 근대의학을 가르치는 왕립병원부속의학교가 1886년 개교했으나 지원하는 남학생이 많지 않아 고충이 있었음에도 이 학교는 여학생의 입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학칙이 없어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당시 조선은 의학생을 모으기 어려웠음에도 여성에게는 문호를 막고 있었습니다. 1890년대 말 신문기사에 의하면 ‘북촌교동에 사는 총명 혜철한 여성이 학문을 배우지 못함을 한탄하다가 의학교 설립소식을 듣고 의학을 공부하면 사회에 나아가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의학교 교장 지석영을 찾아가 입학하기를 청하였으나 남자와 여자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학칙이 없어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여성은 많았으나 조선 땅에서 여성이 의사가 되는 일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왕실여성들도 여의사가 필요할 때에는 외국 여의사를 임용하여 진료를 받도록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되어 여성이 근대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 조선의 여성이 현대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는 방법은 순전히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태평양을 건너거나 현해탄을 건너 남의 나라에서 의학교육을 받고 의사가 되거나 검정고시를 통과하여 의사가 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약 8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의사가 탄생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안다면 여성의 지위, 또 특정 직업영역에서 여성의 지위가 올라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서 의료의 발전과정을 보는 것이 흥미로움과 동시에 한국의 역사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송민호 칼럼니스트
송민호 칼럼니스트

송민호는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군사관학교 사회인문학처 교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대 벤처 휴먼디자인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각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기획력과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하며, 추진력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칼럼니스트로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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