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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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플러스] 의료윤리학을 주제로 한 신세대 저술가 중 한 명은 연세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김준혁 교수가 있다. 2018년에 출간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는 의료윤리에서 자주 다루는 전형적인 주제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사회의 의료 이슈를 바탕으로 윤리적 관점으로 풀어낸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이뤄져 있는데, 1부에서는 의료윤리를 통해 듣는 나지막한 삶의 목소리, 2부에서는 현대 의학이라는 고원, 그리고 3부에서는 병원과 환자 사이 징검다리를 건너라는 소제목으로 쓰여졌다.

1부에서는 영화와 소설 속에 나타난 장면을 바탕으로 윤리적 해석을 곁들이고 있다. 특히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에서 김지영은 해리 장애(다중인격 질환) 또는 육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다뤄진다. 그런데 저자는 그 소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지영을 담당했던 의사가 ‘경단녀’(경력단절녀)가 겪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단을 내렸고, 이후 상담을 통해서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언급했다.

그런데 소설 후반에 그 의사가 병원에서 일하던 상담사가 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자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는 독백을 분석하면서,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를 온전히 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평가한다. 게다가 현대의학의 표준화된 치료의 한계도 지적한다. 즉 사람마다 유사한 병에 걸렸더라도 증상이나 치료법을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현대의학에서 ‘개별의학’ 중심의 미래의학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환자의 침묵을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다. <하우스>라는 의료드라마에 등장하는 하우스란 의사는 환자와의 만남 보다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진료하려는 모습이 나온다. 근대 이전에는 좋은 의사는 혼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서 증상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녔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검사결과에 기반하여 진단을 내리는 것이 훨씬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게 된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이를 ‘의학적 시선’이라고 표현하면서 환자의 인격과 신체를 분리하여, 의료의 대상은 신체로 한정짓게 된다.

최근에는 사회역학이란 학문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인격과 주변 환경이 문제시 되었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사회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일상생활, 식수, 이웃들의 태도, 자연환경 등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하버드 의과대학 파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극적으로 설명한다.

"사실은 생물 사회학적 현상인 것에 자꾸 생물학적 질문만 들이대는 현상을 말이다."

이렇게 병을 치료하는 철학과 방법의 변화를 주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서술해 놓은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하겠다.

3부에서는 의학과 반의학이란 주제가 주를 이룬다. 근대 이후 의학에서 나타난 죽음의 의료화를 다루는데, 이는 개인의 죽음이 가정에서 이뤄지다, 서서히 병원이란 공간으로 옮겨진 것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죽음의 전과정, 죽음의 진단이 의사의 손에서 이뤄지면서 가족들이 관여하게 되는 부분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주변 사람들이 소외되면서 이들로부터 새로운 반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

그것은 바로 반의학 운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백신에 들어있는 병균이 오히려 사람의 몸을 병들게 한다는 것, 아나키 운동이라고 해서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자연물(식사 등)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키울려는 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백신의 유용성은 의학적으로 이미 검증이 완료되었고, 아나키 운동 등은 여전히 임상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들에는 환영받는 치료법이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죽음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실이나, 의학적 진실을 눈 앞에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수 있다. 만에 하나... 어쩌면... 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잡을려는 노력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가족에게는 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의료현장을 윤리적으로 해석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그것들을 설명해 나가는 책이며, 에세이 형태로 누구나 읽기 쉽게 쓰여져 있다. 의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이나 의료분야를 진로로 삼고 있는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송민호 칼럼니스트
송민호 칼럼니스트

송민호는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군사관학교 사회인문학처 교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대 벤처 휴먼디자인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각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기획력과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하며, 추진력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칼럼니스트로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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