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는 강력한 처벌만이 답일까..."갈등 잘 풀어 내는 회복적 정의를 수업에"

[교육플러스] 디지털미디어시대 가속화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가짜와 진짜의 구분과 선택하고 분석하고 활용·공유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사회적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이는 비판적, 종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데 책 읽기를 통해서 기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미디어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책 읽기는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게 된 것.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 같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런 수업들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길 바란다. <교육플러스>는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서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임가희 부산 화신중학교 사서교사.
임가희 부산 화신중학교 사서교사.

교사로서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할까, 어떤 책을 읽힐까,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교사의 행동과 교육관에 따라 아이들이 변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 중 테러를 당했을 때, 도서부 책모임 중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만이 답이라고 주장할 때, 친구와 싸우다 “야 너 때문에 벌점 받으면 어떡할래?”라며 친구의 아픔보다 자신의 벌점을 걱정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순간들이 많다.

현명하게 이런 상황들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아가던 차에 회복적생활교육(RD) 연구회를 통해 ‘회복적 정의’에 대해 배우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 5일간의 출석 연수에서 ‘회복적 정의가 수업에 녹아들어 아이들이 일상에서 배우고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이재영 원장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방학 동안의 출석 연수는 당연히 힘들었지만, 수업과 교육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주제선택 2시간밖에 받지 못했지만 17명이라는 소수 인원으로 수업하는 것도 처음이다. 수업 시간에 회복적 정의를 다루기에는 적정한 시간과 인원이라 생각했다. 실제 갈등 상황을 다루지 않더라도 소설 속 갈등 상황을 소재로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 김동식 작가의 『밸런스게임』을 주제 책으로 선정했다.

회복적 정의란 ‘자발적 책임을 통해 잘못이 일어난 피해(자)를 회복하는 것’으로,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통해 가해(자)를 바로 잡는 응보적 정의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해자에게 주는 고통이 피해자의 고통을 자동으로 없애주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를 회복하는 자발적 책임을 통해 깨어진 관계를 복원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설명 발췌

회복적 정의의 목표처럼 아이들이 내 수업 시간이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끼길 바랐다. 그래야 갈등 상황을 다루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안전한 공간’에 대한 경험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뢰 서클로 처음을 열었다.

주제선택은 반이 섞인 구성원이라 첫 시간이 너무 어색하다. 책상을 치우고 동그랗게 둘러 앉아 도서관 게임(샐러드 게임 변형)으로 자리를 섞었다.

학생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김동식 작가의 밸런스게임을 함께 읽고, 질문 만들기를 하는 모습.(사진=임가희 사서교사)
학생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김동식 작가의 밸런스게임을 함께 읽고, 질문 만들기를 하는 모습.(사진=임가희 사서교사)

릴레이 박수, 나도-나만, 시장에 가면 등 게임으로 말문을 텄다. 경험상 아직 중학교 1학년은 말하고 싶은 아이가 절반은 된다. 다만 말하고 싶은 아이가 말을 독점하지 않도록 모두가 참여하는 아이스브레이킹을 가졌다.

2차시부터 본격 서클을 시작했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예쁜 러그도 깔고 디퓨저도 하나 두고 RD 연구회에서 만든 토킹 스틱도 준비했다. 서클의 기본 규칙과 의미를 설명하고 여는 질문부터 시작했다.

서클로 대화를 하면 모든 아이가 말할 시간이 각각 주어져서 좋다.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니 이야기를 독점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크든 작든 모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특히 이 수업에서 기대하는 것과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을 공유하며 공동체감을 조성했다.

서클의 기본 규칙

- 토킹스틱을 가진 사람만 이야기할 수 있다.
-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한다.
- 서클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 서클에서 나온 이야기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클 후 선정한 책에 걸맞게 밸런스게임도 하고, 책은 돌아가면서 한 바닥씩 소리 내어 읽어 속도를 맞췄다. 밸런스게임』은 반전이 중요해 같은 속도로 읽는 게 중요해서 딱이었다.

책을 읽고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모아놓은것.(사진=임가희 사서교사)
책을 읽고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모아놓은것.(사진=임가희 사서교사)

품을 읽고 난 뒤에는 함께 논의하고 싶은 열린 질문을 만들고, 3~4인 모둠으로 토론을 했다. 인성 덕목 카드, 감정 카드, 책놀이, 뒷 이야기 상상하기 등 작품에 어울리는 독서 활동도 진행했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다시 서클로 마무리 지었다. 책이나 토론, 활동 등의 소감에 대해 자유롭게 나누었다. 독서 전·중·후 활동 모두에 서클을 활용하기 좋았다.

이제 1기가 끝났다. 처음 계획보다 책은 적게 읽고 이야기는 많이 나눴다. 이젤패드에 낙서하면서 토론하는 건 내 성에 차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마무리 활동으로 병풍책 만들기를 했는데, 생각이 글쓰기로 영 이어지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다행히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아이가 많았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학생들의생각을 글쓰기로 표현한 작품.(사진=임가희 사서교사)
책을 읽고 토론하며 학생들의생각을 글쓰기로 표현한 작품.(사진=임가희 사서교사)

서클이 재밌었다는 아이, 토킹스틱으로 대화하는 것이 좋았다는 아이 등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을 부담으로 느끼진 않은 것 같다. 적어도 1기 아이들이 이 수업을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끼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코로나 이후 학력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격차를 깊이 우려하는 요즘이다. 거리 두기에 익숙해져 개개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를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지 않으면 쉽게 오해하고 배척하게 된다.

공정에 집중해 촘촘한 규칙만 만들다보면 개개인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옆에 있으나 소통하지 못한다. 공정은 공존으로 향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진짜 집중해야할 목표는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함께 공존하고 이해하는 삶이다.

이번 수업처럼 책을 매개로 ‘나와 너’가 ‘우리’라는 공동체가 되도록 회복적 정의를 실현해보고 싶다. 사서교사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생활교육에 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시작이니 관심 있는 선생님들을 찾아 조금 더 연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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