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법 무시하는 한국기록물 관리 지침..."현장의 능동적 실천 저해 주범"
감사 시 종이문서만 제출하라?..."교육감이 스캔한 종이문서 편철 관행 바꿀 수 있다"

[교육플러스] 교육감 선거는 지역 교육의 총 책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하지만 교원은 지역 시민임에도 선거에 공개적인 의사 표현뿐만 아니라 의견조차 표명이 불가하다. 지역 교육 정책에 대해 현장성 있는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교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교육플러스>는 교사들의 참정권 제한 속에서 그들의 의견 제시 창구를 만들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과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교육 현장을 보다 의미 있게 개선하고자 한다.

김종보 울산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김종보 울산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어느 오후에 받았던 자필서명 등록부 요구 전화


“네. 00초등학교 교사 000입니다.”
“네. 선생님. 00교육청 00과 장학사 000입니다. 폭력예방교육 실적 공문에 등록부가 온라인으로 제출되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그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집합연수를 할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거기에 온라인 설문기능을 넣어서 온라인 등록부를 만들었는데요?”
“네. 그게 온라인 등록부는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요. 등록부를 출력하셔서 교무실 같은데 놔두고 모두 자필서명 받으면 금방 되실 테니까, 그걸 스캔해서 다시 제출해주세요.”
“네? 왜 굳이 그렇게 해야 하죠?”
“아… 그건 자필서명만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내일까지 해주세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가 2021학년도에 받았던 전화다. 참 답답한 행정에 화가 나기도 해서 화도 삭이고 좀 걸을 겸 등록부를 출력해 직접 돌아다니며 자필서명을 받아서 스캔하고 장학사에게 보냈다.

코로나19로 대면 집합 연수가 제한되었던 시기인데 이런 건 적극 행정으로 넘어가 주면 안 되나 싶은데 그럴 수 없었으니까 담당 장학사가 전화했으리라.


전자정부법보다 더 상위인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


전자정부법에는 다음과 같이 종이 문서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다.

전자정부법 [시행 2021. 12. 30.] [법률 제17799호, 20. 12. 29., 타법개정]

제2조(정의) 8. “전자화문서”란 종이문서와 그 밖에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문서를 정보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문서를 말한다.

제26조(전자문서 등의 성립 및 효력 등)

③ 이 법에 따른 전자문서 및 전자화문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이문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제33조(종이문서의 감축)

① 행정기관등의 장은 행정업무 및 민원사무의 전자화, 행정정보의 공동이용 등을 통하여 종이문서의 작성·접수·유통 및 보관을 최소화하고 종이문서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② 행정기관등의 장은 문서작성 및 보고과정에서 종이문서의 불필요한 출력을 최소화하도록 일하는 방식 등을 개선하여야 한다.

③ 행정기관등의 장은 종이문서를 줄이기 위하여 종이문서로 신청·신고 및 보고·제출 또는 통지·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령과 지침 등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전자적인 방법으로도 할 수 있도록 개정하거나 보완하여야 한다.

④ 중앙사무관장기관의 장은 종이문서를 줄이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거나 종이문서의 사용실태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전자정부법에 나와 있듯이 “전자화문서”란 종이문서와 그 밖에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문서를 정보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문서를 말한다. 즉, 종이문서를 스캔하여 처리하면 “전자화문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7년도에 감사 관련 민원을 제기해서 종이문서 및 출력자료 요구를 최소화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나이스로 관리되지 못하는 각종 출석부(방과후학교, 부진 학생 등)와 실적물을 스캔하여 업무관리시스템으로 처리하는 데에도 감사 시에 "이것은 원본이 아니니 인정할 수 없습니다. 원본을 가져오세요"라고 한다.

그 근거를 물으면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에 “스캔한 문서는 원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한다.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에 종이문서, 비전자기록물에 대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 [시행 2019. 12. 20.], [국가기록원고시 제2019-5호, 2019. 12. 20., 일부개정]

기록물의 등록은 전자 또는 비전자기록물의 구분 없이 업무관리시스템으로 등록·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행정박물, 비밀기록물 등은 별도의 양식에 따라 등록하여 관리할 수 있다.

비고 3 - 비전자기록물은 원본을 반드시 편철하여 보존하여야 한다. 처리과에서 임의로 스캔한 비전자기록물의 스캔파일은 원본이 아니며 스캔파일의 원본은 해당 비전자기록물의 보존기간까지 보존하며 보존기간 만료시 기록관리절차에 따라 기록관에서 폐기하여야 한다.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에 따르면 업무관리시스템에 스캔한 문서는 원본이 아니므로 반드시 편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규칙인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은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법률인 전자정부법이 우선이며, 학교기록물 관리 지침이 같은 법률이더라도 개정 이전의 법과 내용이 배치될 경우, 부칙에 제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이상 개정법을 따르는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전자정부법이 우선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풀칠하고 스캔하고 편철하는 행정실..."에듀파인 있는 거 모르나"


온라인 구매 결제를 위해 행정실에 가면 이상한 광경을 본다. 에듀파인에 다 있는데 굳이 품의서와 영수증을 출력하고 있다.

학교 카드를 발급받아 문구점 등에서 결제하고 가져온 영수증, 출장 관련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면 행정실에선 왜 이것들을 A4용지에 풀칠해서 붙이고 스캔하여 처리한 뒤 편철하고 있다. K-에듀파인이라는 시스템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아니, 헌혈을 하러 가도 태블릿에 서명해서 관리하고, 병원, 은행, 행정민원도 요즘 종이문서로 안 하고 관리하는데 왜 그런가 싶어 알고 지내는 행정실장님께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감사 시 종이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교육행정직이 감사 시 제출하는 종이문서 현황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다음은 그 목록이다.

1. 학교회계: 지출결의서, 품의서, 이체내역서, 세금계산서, 견적서, 거래명세서 등 관련 지출 관련 서류, 현금출납부 등 제 장부
2. 세입 세출 외 현금: 반환결의서, 수입일계표, 현금출납부
3. 급여: 사회보험 청구서, 소득세, 주민세 관련 서류, 연말정산 관련 서류
4. 발전기금: 지출결의서, 품의서, 수입일계표, 기탁서, 접수 대장
5. 운영위원회: 안건서, 회의록, 문서등록 대장, 안건접수 대장, 공고 대장, 선출 관련 서류
6. 소방: 소방계획서, 각종 점검 관련 대장
7. 산업안전보건: 위험성 평가, 정기 교육대장

이러니 행정실은 전자문서 및 전자화문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력하고, 이와 관련된 문서와 서류, 증빙자료들을 전자화하고 난 뒤 이 서류들을 원본이라고 편철하여 보관한다.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 모였다.(사진=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 모였다.(사진=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감, 당신이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으니 나이스(NEIS)나 K-에듀파인(K-Edufine) 등의 전자업무처리시스템이 있으나 마나 교사나 행정실 직원들이 더 바쁜 게 아닐까? 전자처리 따로, 종이 처리 따로 하니까 말이다.

감사 준비 기간이 되면 교무실이나 행정실은 빠뜨린 종이문서가 없는지 점검하고 편철하여 준비하느라 시간 외 근무를 일상적으로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실천교육교사모임 이사회에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자고 교육부에 성명을 내고 건의하자고 하니, 감사는 시도교육청 소관이라 스캔한 종이문서("전자화문서")의 원본을 편철하는 관행은 교육감이 바꿀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교육감 후보자의 공약으로 불합리한 감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을 내세우면 좋지 않을까? 행정민원 시스템, 금융시스템도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이 시대에 굳이 종이에 풀칠해서 보관하는 수십 년 전 관행을 답습해서 학교의 교원과 직원들의 소중한 시간과 힘을 뺄 필요가 있을까?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겠다는 공약은 교원은 물론이고 교육행정직, 교육공무직 등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한 공약이란 생각이 든다.

불합리한 감사 관행이 사라져서 행정실 직원 분들이 풀칠하고 편철하는 모습을 보는 대신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선생님들이 종이로 된 증빙서류와 자료 등을 챙기느라 고생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교육 활동을 실천하는 데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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