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유네스코에서는 아동기부터 철학적 사유를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학은 삶의 근원적인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사유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정답이 아닌 최선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강조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학교 현장으로 들어오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과연 불가능할까. <교육플러스>는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와 함께 철학적 질문과 사유로 가득한 교실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교실에서 철학적 탐구의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수업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철학적 탐구공동체 수업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어린이철학연구소(IAPC)에서 교육학자인 매튜 립맨과 앤샵 교수가 제안한 수업 프로그램으로, 철학적 질문과 토론이 중심이 되는 수업모형이다. 원래는 연령별 교재와 교사용 지도서까지 함께 제공되지만, 이를 우리나라의 학교 실정에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업모형에 한정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철학적 탐구공동체 수업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자리 배치

철학적 탐구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것은 대화이다. 따라서 교실 구조는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원형 자리 배치가 기본이다. 인격적인 대화는 당연히 얼굴을 마주 보며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네모난 공간에 네모난 책상으로 채워진 우리나라 학교 교실에서는 구조적으로 원형 자리 배치가 힘든 경우가 많다. 좁은 공간과 많은 학생으로 인해 책상 옮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형 배치의 대안으로 실제 수업 시간에는 ㄷ자 자리 배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ㄷ자 자리 배치의 경우 자칫 교사가 중심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학생들이 토론과정에서 교사가 아닌 발언하는 친구를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교재 읽기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교재를 읽는다. 이때 교재는 소리 내어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반 아이들은 공통의 경험과 상황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좋은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 교재의 기준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주기보다는 다양한 질문이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립맨은 철학 소설을 주로 사용했다.

철학 소설은 상황과 맥락을 제공해주고, 아이들의 지적이고 생생한 대화가 있으며, 다양한 철학적 쟁점을 제공한다. 물론 그림책도 가능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림 등도 철학적 탐구의 소재로 많이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서 역시 효과적인 철학적 탐구의 교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3. 질문 만들기

교재를 읽고 난 후에 아이들은 각각 질문을 만든다. 교재가 보여주는 하나의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당혹감에서 나온다. 질문은 자신의 경험과 세계관으로 해석되지 않는 외부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형식적으로 질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질문을 만들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격려에도 불구하고 만약 질문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면 하면 억지로 질문을 강요하지 않는다.

4. 질문 선정하기

아이들이 만든 질문 중에 토론 질문을 정한다. 토론 시간이 충분하다면, 아이들의 질문을 모두 다루면 좋겠지만, 수업 시간은 대체로 한정적이다. 따라서 전체 토론 질문을 정해야 한다. 전체 토론 질문을 선정하기 전에 아이들이 만든 질문들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친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물어볼 수 있다.

- 질문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이 있나요?

- 질문 중에 혹시 토론되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이 있나요?

- 질문 중에 중복되는 질문은 없나요?

- 질문 중에 혹시 수정 보완했으면 하는 질문이 있나요?

(사진=박상욱 교사)
(사진=박상욱 교사)

질문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질문들이 명료해졌다면, 다수결을 통해 전체 토론 질문을 선정한다. 이때 아이들은 원하는 질문에 모두 손을 들 수도 있고, 1~2가지 질문에만 손을 들게 할 수도 있다.

5. 토론하기

철학적 토론은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정해지지만, 전체적인 과정은 교사가 조율한다. 그만큼 철학적 토론에서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의 논의 방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탐구가 진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교사가 맡아야 하는 역할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6. 심화 표현하기

철학적 토론은 명확한 탐구의 목표가 있다. 바로 토론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하나의 정답만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얼마든지 다양한 답이 존재할 수 있으며, 토론을 통해 더 나은 해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실 토론에서는 하나의 정답이나 명확한 결론으로 끝맺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 각자에게는 더 나은 생각과 그에 대한 감각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토론의 결과를 하나로 정리하려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토론의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 느낌,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글쓰기, 그림, 시, 소설, 음악, 역할극 등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행위를 통해 철학적 토론의 경험은 아이들의 사유와 삶 속에 스며들어 하나의 의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박상욱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 연수국장/ 울산 매곡중 도덕교사.
박상욱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 연수국장/ 울산 매곡중 도덕교사.

 

키워드

#박상욱
저작권자 © 교육플러스(e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