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이수 기준 ‘단위’, 즉 ‘시간’으로 보느냐 ‘학점’으로 보느냐 차이

[교육플러스] 논란의 고교학점제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최종 포함됐다. 그러나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현장에서도 고교학점제 시행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이슈의 중심에 있는 고교학점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온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함께 고교학점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을 존중하는 배움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2018년부터 많은 논란과 비판이 이어졌고 교원들은 다과목 지도에 대한 부담으로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EBS 문제집 풀이, 서열화 교육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에 대한 우려, 높은 사교육 의존에 따른 공교육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염려하며 고교학점제 도입에 동의하는 교원들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새정부에서도 고교학점제를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포함하며 일부 보완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많은 오해를 양산해왔다. 그중 기존 학교 교육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가면 되는 데 굳이 고교학점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는 새로운 제도인가? 단위제와 학점제는 본래 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을 ‘단위’, 즉 ‘시간’으로 보느냐 ‘학점’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두 제도 모두 학생의 교육과정 이수 충실도와 도달해야 하는 성취수준을 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으로 제시한다. 다시 말해 두 제도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단위제는 초·중등교육법에 제시된 2/3이상의 전체 출석률(충실도)만을 이수 기준으로 설정함으로써 학교 교육을 등한시하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학교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본래 단위제(우리나라 단위제 아닌 본래 단위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교육의 불합리하고 비교육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가 기존의 교육과 다른 새로운 교육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말 고교학점제는 새로운 제도인가?

이 글에서는 현재 고교학점제에서 운영되고 있는 과제들의 추진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이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1.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을 이미 강조하고 있었다. 

2009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기에 전국 대부분의 일반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단지 수능 과목만을 중심으로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도록 편성되어 학교 간 교육과정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학교 지정과목으로 편성되어 있었고, 학생 선택과목은 문과와 이과로 구분 짓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먼저 교육과정을 편성한 학교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베껴 편성해 운영하는 학교도 존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개발된 2015 개정교육과정은 2009 개정교육과정의 한계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사회를 대비하며 학생의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용 초기 학교 현장은 여전히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의 학교 교육과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놀라운 일은 바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가 도입되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했던 학생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 보장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고등학교에 학교 지정과목 수와 단위 수가 감소하고 있고 국어, 수학, 영어의 기초교과군에 치우쳤던 교육과정 편성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점차 조정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과목의 이수를 학년 단위 편성에서 학기 단위 편성으로 전환하는 학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대학입시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 개설 과목 수를 확대하기 위해 과목 편성 단위가 주로 4단위로 통일되면서 모든 과목이 균등하게 편성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배움이 매우 다채로워졌다. 결과적으로 고교학점제를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바가 실현될 수 있었다.   

2. 혁신교육으로 이미 지역사회와의 협력체제가 구축되고 있었다.

2010년대 초반 전국 시·도에서 많은 진보 교육감이 선출됨에 따라 혁신교육은 학교 현장에 점차 안착되고 보편화되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학교 안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학생이 필요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운영이 확대되면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확대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필수적이었고 고교학점제를 통해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또 이러한 공동교육과정 체제는 이제 공간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까지 진행되었고, 지역적 한계로 수강할 수 없었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농산어촌도 고교학점제를 통해 이전보다는 학생들의 배움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계는 있다. 

교원 자격이 없는 외부 강사는 정규 교원과의 코티칭 형태로만 수업이 가능하고 단독수업이 불가하므로 정규 교원의 수업 및 평가와 행정업무 부담은 여전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교원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고교학점제에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과업이 아니다. 학생들이 지역적 한계, 공간적 한계, 학교 여건의 한계를 넘어 누구라도 자신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기회가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고교학점제 홈페이지 캡처)
(사진=고교학점제 홈페이지 캡처)

3. 책임교육은 학교의 본래 책무이다. 

학교는 의무적으로 기초·기본학력 보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실제적으로 이 계획을 운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결국 학교에서의 책임교육이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가 중대한 과제이자 기본 방향이었기 때문에 기초·기본학력이 미달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한편으로 고등학교에서의 기초·기본학력 달은 이미 유·초·중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여겨져 등한시해왔을 수도 있다. 

심지어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과목의 성취도 ‘E’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의 분포 비율 정보를 알지 못하는 교사도 상당수이다. 모든 학생들은 아침에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등교한다. 모두 뭔가에 대한 배움을 기대하며 학교에 등교할 수 있도록 학교는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교육 기관인 학교가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이지 않은가?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의 배움을 존중한다. 그동안 학생이 배워야 교육과정만을 제공한 학교가 학생들의 배움의 준비도와 관심을 고려하여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이 간과하고 있었던 책임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새삼 새롭게 인식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고교학점제는 새롭다기보다 학교가 그동안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 과업에 대한 재인식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으로 미이수제와 함께 전과목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가 시작될 것이다. 학교 교육은 이제 모든 학생을 바라보아야 한다. 상위권 대학진학에 집중하여 중·하위권 학생들을, 특히 하위권 학생들의 맞춤형 교육 지원을 간과해왔던 학교의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I(미이수)’등급의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미이수 예방 체제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이 과정에 교육청도 지역사회도 협력할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은 이제 학교 교육을 움직이는 중요한 가치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다.

4.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꿈을 탐색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학교는 학생이 꿈을 찾고 키우는 공간이다. 고등학교는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하기 직전의 과정이므로 진로 탐색과 진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학생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직업 세계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자신의 진로에 따라 필요한 지식과 역량뿐만 아니라 필요한 소양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준비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많은 학교는 대학입시를 언급하며 진로 수업과 창체 진로 활동 시간을 목적대로 충실히 운영하고 있지 못했다. 심지어 부끄럽게도 자습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성적만을 생각하는 교육에 몰입해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에 따른 다양한 과목의 선택을 추구하므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진로학업설계를 강조한다. 학생들이 진로검사 후 결과지만을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담임교사나 진로전담교사와 상담을 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진로성숙도를 신장시킬 수 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제공되었던 교육에서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지금 고등학교는 꿈을 찾기 어렵던 과정에서 꿈을 찾을 수 있는 과정으로 변모하고 있고 유·초·중·고 연계 진로교육에 대한 논의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교육이 열리는 것이 아닌 본래 교육의 모습으로 전향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5.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은 교육 3주체가 함께 하는 과정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편성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학교지정과목과 단위 수가 많았던 시기에 학교 교육과정은 절대적으로 수능 대비용 교육과정이었기 때문에 학생의 교육과정 요구조사 과정을 건너뛰고 교사가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도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과정은 교사 주도적으로 이루어졌고 교원 수급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주로 고려되는 기준이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 3장 기본 사항의 ‘교육과정의 합리적 편성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교원, 교육과정 전문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교 교육과정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며, 이 위원회는 학교장의 교육과정 운영 및 의사 결정에 관한 자문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조항은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학생의 과목 선택이 대학입시에 반영되고 대학 전공별로 과목 선택이 다양하게 제시되면서 학생의 진로와 그에 따른 교육과정 요구가 증가되었다. 이제 많은 학교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요구 조사를 실시하여 학생이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파악하고 선택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소인수 강좌를 개설하기도 하고,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연계하기도 하며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과목을 개설하기도 한다. 

더욱이 이러한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과정에서 더이상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학부모자치회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고교학점제와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과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수와 협의회를 운영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학교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은 교사들만의 임무는 아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교육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민주적인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본래 학교 교육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다.

6. 교육지원청의 학교 지원 역할이 강화되었다.

학교에서 인식하고 있는 교육청은 지속적으로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하여 안내하고 매뉴얼과 예산을 제공하며 필요한 경우 컨설팅이나 연수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학교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와 수행에 필요한 업무 꾸러미를 제공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결과를 요구하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가 증가하고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학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요구하는 사안도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청별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교육청이 학교를 지원하는 업무량이 급증하였다. 

고교학점제는 기본적으로 학교의 자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부와 교육청 중심의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체제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학교자치 체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교육부는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교육청은 학교의 각종 요구를 지원해주는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드디어 교육지원청이 지원청으로서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교학점제는 전혀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우리 교육이 본래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이제 고교학점제에 대한 갖가지 문제점과 약점을 찾기보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모든 학생의 배움을 존중하는 교육을 학교 교육에 뿌리내려야 한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학교는 그 가치를 교육하는 공간이다. <끝>

<참고 문헌>
교육부(2009).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2021a). 2025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교육부(2021b).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
교육부(2021c). 2015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일부 개정 고시문. 교육부 고시 20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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