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토론 "역동적 다차원적 사고 작동할 대화의 장"

[교육플러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유네스코에서는 아동기부터 철학적 사유를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학은 삶의 근원적인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사유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정답이 아닌 최선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강조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학교 현장으로 들어오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과연 불가능할까. <교육플러스>는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와 함께 철학적 질문과 사유로 가득한 교실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잘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생각을 한다. 적어도 깨어있는 동안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생각 좀 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생각을 멈추어보라. 가능한가?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사고력 교육에서 핵심은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생각하게끔 이끄는 것이다. 사려 깊은 인간을 키우고자 할 때 교사들은 잘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정신의 움직임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생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까? 그것은 판단을 통해서이다. 그 사람이 어떠한 이유와 근거를 통해 판단을 내렸는지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적인 사유는 판단 결과로서의 지식보다는 판단의 과정을 묻고 검토한다.

알다시피 철학적인 질문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최선의 균형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차원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적 토론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 있어 최선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차원적 사고와 토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좋은 사고는 좋은 판단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판단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과거 공리주의자들은 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판단이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고, 의무론자들은 의무에 어긋나지 않는 판단이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결과주의자들은 좋은 결과를 낸다면 좋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듀이는 좋은 판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정과 결과, 이론과 현실, 목적과 수단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선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린이 철학교육을 연구했던 립맨은 듀이의 입장을 이어받아 좋은 판단을 위한 다차원적 접근을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이며, 좋은 사고는 이러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동력이자 지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학교에서는 강제적인 두발 규제를 하고 있다. 나는 학생이라고 해서 두발을 규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염색하거나 두발이 긴 학생에 대해 벌점을 주고, 교내봉사를 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강제적인 두발 규제가 과연 옳지 못한 것인지, 그에 대한 근거는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질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강제적인 두발 규제가 옳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 그 근거는 논리적인가?
-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 내가 가지고 있는 근거는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데 충분한가?
- 두발 규제를 찬성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렇게 이유와 기준에 대해 생각하고, 논리와 맥락을 고려하는 사고를 비판적 사고라고 한다.

비판적 사고는 특히 좋은 이유에 관해 관심을 가진다. 좋은 이유는 정확성, 일관성, 적절성, 수용 가능성, 충분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교사가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질문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나아가 비판적 사고는 기준과 이유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는 자기수정적 사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두발 규제를 반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안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의 결과를 예상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두발 규제를 반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최선의 대안은 무엇인가?
- 그 일을 했을 때 결과는 어떻게 될까?

다양하고 독창적인 가설이나 대안을 생각하고, 결과를 상상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는 것을 창의적 사고라고 한다. 창의적 사고는 기존의 관습이나 규칙을 넘어 도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고 통찰한다. 나아가 기존의 개념이나 의미를 확장하여 다양한 의미를 구성해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두발 규제를 반대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나의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떠한 감정을 느낄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를 구체적인 질문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 나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실천을 할 것인가?
- 나의 행동을 통해 피해를 볼 사람은 없을까?
- 친구들이나 교사들은 어떠한 감정을 느낄까?

이렇게 감정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고를 배려적 사고라고 한다. 우리도 잘 알듯이 인간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배려하는 것은 타인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다. 자기 생각에만 갇혀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성적, 논리적 판단이 실천으로 나아가려면 가치와 정서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배려적 사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는 우리가 늘 하는 사고의 세 가지 측면을 보여주는 것일 뿐,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이 세 가지 사고는 구분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작동된다.

립맨은 이 세 가지 사고를 합쳐서 다차원적 사고라고 했다. 앞서 살펴본 좋은 판단을 위해서는 상황과 맥락에 맞게 이 세 가지 사고가 균형 있게 작동되는 다차원적 사고가 필요하다.

철학적 토론은 다차원적 사고가 가장 활발하고 역동적이게 작동될 수 있는 대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박상욱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 연수국장/ 울산 매곡중 도덕교사.
박상욱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 연수국장/ 울산 매곡중 도덕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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