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교육플러스] 지난달 초에 인천시교육청에서는 전(前)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이혜현 교수 초청 강의가 있었다. 초중등학교의 관리자인 교감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지감수성 강의였다.

그는 ‘경계존중교육’이란 자신이 창안한 개념을 소개하며 상호존중에 따른 성인지감수성을 강조하였다. 강의의 핵심은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경계(boundary)를 존중하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아동의 성인지감수성을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관계 맺기에도 매우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다소 생소한 용어였지만 일상에서 ‘경계 침해’를 통한 성범죄가 만연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는 중요한 교육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경계란 무엇인가? 이 교수는 경계란 “사람에게는 보이지는 않지만 개인 간에 사적인 영역이 존재하는 데 이를 경계라고 하며 물리적,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시각적 경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계존중교육은 일상에서 실천해야 하는 예방교육이라 주장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다음의 사례 3가지를 살펴보자.

<사례1> 상대방이 갑자기 나의 어깨를 주무르거나 툭툭치는 경우(또는 내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를 접촉한 경우) <사례2> 상대방이 나의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경우 <사례3> 친구가 나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는 경우. 여기서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다음의 일화로 적용해보자. 

어느 딸 바보의 이야기다. 그는 딸 사진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스마트폰 갤러리에는 각종 딸 사진이 즐비하다. 때로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다양한 이야기의 꽃을 피운다.

그런데 어느 날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아빠, 앞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나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세요!”라며 거부의 의사를 표명했다. 그에게는 다소 충격이었다. 왜냐면 딸 사진도 자기 마음대로 찍을 수 없고 또 승낙을 받아야 한다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성인지감수성의 차이를 대변하는 단적인 사례 중의 하나다. 이는 아동 시절, 가정에서부터 성인지감수성의 인식은 길러지고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가족조차 부모 마음대로가 아닌 개인의 인권에 기초하는 성인지감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다른 일화다. 2년 전부터 필자는 미국의 딸로부터 외손자의 사진과 동영상을 자주 받고 있다. 아기의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에는 물속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도 함께 보내왔다. 그러면서 전신 노출의 모습은 가급적 가까운 가족만 보고 타인에게는 금지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어릴 적에 자주 맨몸으로 등장하여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던 어린 시절 필자의 아기 사진이 오버랩되면서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어릴 적 일반적인 사진찍기의 연출에 의식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었다. “아기도 인권을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니까요…”라는 첨언은 친한 관계라고 모든 것이 수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필자의 다소 느슨한 인권 의식을 일깨웠다. 기성세대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진 속의 모습까지도 세밀하게 신경을 쓰는 요즘 젊은 세대의 인권 의식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다양한 ‘경계 침해’를 인지해야 한다. 바로 성희롱, 성폭력은 가해자에 의한 경계 침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민주시민 육성 교육의 장(場)이다. 그 대표 중의 하나가 바로 경계존중교육의 실천이다.

경계존중교육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다. 이는 곧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거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하는 방법이자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교육이라 할 수 있다. 

경계존중교육은 권리교육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경계의 범위는 대상에 따라, 관계친밀도 및 신뢰도에 따라, 관계 유형,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때 경계의 범위를 정하는 주체는 바로 ‘자기’다. 여기엔 경계존중의 3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첫째, 나의 경계를 존중받아야 하며 타인의 경계도 존중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이 경계를 침범할 경우 “NO”라고 말한다. “NO”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셋째, 상대방의 경계를 침범해야 할 경우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 

즉 상대방이 “NO”라면 하면 “NO”를 수용해야 한다. “NO”를 수용하지 않은 사람이 잘못이다. 적극적 동의의 의미는 ‘Only YES Means “YES”라는 사실’에 있다. 이처럼 동의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마다 경계가 다르며,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성인지감수성은 일상에서 성차별적 요소의 유무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는 특히 아동(18세 미만)을 만나는 모든 성인, 그중에서도 특히 교사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상호존중에 기반한 인권 의식의 강화와 함께 아동 교육에서부터 이를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일찍이 성인지감수성이 투철한 영국에서는 “아동을 만나는 모든 어른은 준비되어야 한다”며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아동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국민의식을 견지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학생과 교사 간에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미투’ 사건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성인인 동료 교직원 간에도 경계하고 삼가는 높은 수준의 성인지감수성으로 발전해야 한다. 학교가 경계교육의 강화를 기반으로 보다 성숙한 성인지감수성 교육의 장(場)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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