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로 국가수준 교육과정, 교육청 인정교과 넘는 과목개설 요구 늘어
교사 교육과정 "지역과 학생 요구 반영해 현장 필요 과목 교사가 개발해 운영"

 

정미라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부소장
정미라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부소장

[교육플러스] 2018년 고교학점제가 연구·선도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래로 전국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고등학교의 관심과 이해의 폭이 확대되고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학교 교육과정이 이전보다 더욱 실질적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제표에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고시 과목은 물론, 시도교육청 인정과목과 교사들이 성취 기준과 교과용 도서를 개발하는 학교장 신설과목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이러한 변화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오래된 현재’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과 자율성을 이전보다 더 풍부하게 존중하고 있다.

실례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보통 교과 중 ‘고전 읽기’와 ‘영미 문학 읽기’, ‘수학 과제 탐구’ 등은 교과용 도서가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 선택 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이 과목들은 교과 교육과정에서 과목의 성격, 목표,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의 방향까지의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총론에서는 교과서를 개발하지 않는 이유로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교육과정 실행자로서뿐만 아니라 개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며 이에 필요한 전문성 신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사는 교과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정보와 요구를 고려하여 실제적인 학습 내용을 구성하는 교육과정 개발자로서의 위치에 서게 된다. 동시에 교사는 성취 기준에 따른 적절한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안을 구안하여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개발한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교사가 교과용 도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학습 자료를 교과 수업에 도입하는 것은 물론 학생의 배움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 C는 올해 『고전 읽기』라는 과목을 맡아 2학년 두 개 학급 5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국어 교과군에 속한 『고전 읽기』는 교과서가 없는 선택 과목이다.

C교사는 새학기 첫 주간에 학생들과 『고전 읽기』 성취 기준을 살펴보고 토의한 결과 ‘인류가 다양한 분야에서 탄생시킨 고전(古典)을 읽고 재해석한 후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주제 통합적 독서 활동을 교수학습 평가의 주제로 정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어떤 고전 작품들을 읽을 것인지 의논하고 학생들이 모둠별로 제시한 고전 발췌본을 한 데 모아 디지털 교재로 만들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의 공통사항에 ‘학교는 필요에 따라 이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과목 외에 새로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이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학교가 과목의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교육감 승인 과정을 거쳐 개설하는 학교장 신설과목이다. 

학교장 신설과목은 고교학점제 이전부터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다. 특수목적고의 경우 교과 총 이수 단위가 180단위였을 때도 전공 관련 전문교과Ⅰ을 72단위를 편성하였고, 고교학점제의 단계적 이행계획에 따라 고시된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도 교과 총 이수 단위 174학점 중 72학점을 전문교과Ⅰ로 편성한다. 특성화고의 경우 교과 총 이수 단위 180단위였을 때나 새로 고시된 174학점일 때 전문교과Ⅱ를 86단위 이상 편성한다. 

많은 과목을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전문교과Ⅰ,Ⅱ에서 개설해야 하다 보니 학생의 수준과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학교장 신설과목의 필요성이 증대된다. 실제 전국의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과 시·도교육청 교육과정을 넘어 학교장 신설과목을 폭넓게 개설‧운영하고 있다.

<표1>은 ‘2021년광주광역시교육감 승인 신설 과목 목록’의 일부이다. 

(자료=정미라 교사)
(자료=정미라 교사)

2018년 고교학점제가 시작된 지 4년째에 접어드는 올해 일반고에서도 지역이나 학생의 요구에 따른 신설 과목 개설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수목적고나 특성화고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와 배움의 요구에 의해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나 기 개설된 시·도교육청 인정과목을 넘어서 새로운 과목에 대한 개설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고에서도 더욱 다양한 과목이 학교장 신설과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표2>는 광주광역시 교육감 승인 신설과목의 일부다. 교육청 별 신설 과목 목록은 통합되어 전국의 모든 교육청에서 공유하여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다. 

(자료=정미라 교사)
(자료=정미라 교사)

EBS 수능 대비 문제집 교육으로 점철되어온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이처럼 학생의 진로에 따른 신설 과목 개설과 편성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과 더불어 지역 교육청 단위,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교사에게 교육과정 개발자로서의 역할도 함께 요구하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하게 해 준다. 

교사들은 이렇게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과 학생의 요구를 반영하고 미래 교육의 방향을 고려하여 학교 현장에 필요한 과목의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왔다. 이렇게 운영되는 교육과정이 교사 교육과정이다. 

충북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이 세운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충북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의 협력으로 2017년 개교한 ‘서전고등학교’는 지역 사회와 교육청, 단위 학교와 교사가 함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학교지정 교양과목으로 ‘환경’, ‘노작’, ‘지속가능발전 탐구’, ‘자율연구’, ‘자율심화연구’ 과목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환경 교사가 환경과 노작 교과를 융합하여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을 함양하고 있다.

또 전 지구적 주제에 대해 사고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발전 탐구(1학년)’, ‘자율연구(2학년)’, ‘자율심화연구(3학년)’로 이어지는 ‘주제 탐구’ 과목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지 정하고 이를 재구조화하여 운영한다.

서전고는 2학년 교육과정에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사상’ 과목을 신설하여 1학기 동안 일주일에 2시간씩 국내외 독립운동사와 주요 인물들의 활동상을 배운다. 특히 이상설 선생의 생애와 사상은 별도 단원으로 교사들이 직접 자료를 제작하여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교사 교육과정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박수원 외 7인(2020)은 국가 수준에서 제시하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되 교사가 교육과정 전문성을 발휘하여 새롭게 수정·개발한 교육과정으로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에서 실제적으로 실행되는 교육과정으로 언급한다. 

경기도교육청(2021)은 교사가 학생의 삶을 중심으로 국가, 지역,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공동체성에 기반하여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학생의 성장 발달을 촉진하도록 편성·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2022)은 교원이 교육과정 문해력을 바탕으로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고 국가, 지역, 학교교육과정의 기반 위에 학교공동체의 철학을 담아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교사 교육과정은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교육 공동체성’을 통해 ‘학생의 삶을 중심으로’ ‘교과서 재구성,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과정 개발’ 양상으로 실행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현황을 고려해보면 교사 교육과정은 고등학교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다른 학교급보다 더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시·도교육청 교육과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해주고 있으며 때로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선도적인 교육과정을 제시하기도 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전국의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공통적인 교육과정을, 시·도교육청 교육과정은 지역의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다. 그 토대 위에서 학교와 교사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을 세심하게 포착한 결과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이러한 유기적 조합은 교육과정의 현장 실천 가능성을 높여 주고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학습권을 충분히 존중하는 교육과정으로 진보하게 될 것이다.

대안학교인 별무리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과목을 기획하고 이를 교육과정 전문가인 교사가 교육과정으로 개발하여 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의 중심이 학생이라는 믿음 위에 교사가 교육과정 전문성을 발휘한 결과다.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명제는 학교 교육이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이끌어 내고 모든 학생의 배움을 체계적으로 존중하는 교육으로 거듭나게 해 줄 것이다. 나아가 학교 교육의 한계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메타인지적’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교육과정의 방향성은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 신장과 지역, 학교, 학생 개인 수준의 ‘다양성’에 맞춰져 있다(교육부, 2015).

교사가 교육과정의 ‘전문가’를 넘어 ‘개발가’로 자리매김하는 현상은 고교학점제가 무르익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직은 ‘교사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교사가 더 많지만 이는 교사의 선택에 달려있다. 먼저 경험한 교사들의 설렘과 만족감이 앞으로 더 확대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교육부(2021).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 
박수원, 심성호, 이동철, 이원님, 임성은, 임재일, 정원희, 최진희(2020).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테크빌교육. 서울.

※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및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백승진(청주신흥고), 정나라(천일초), 오형숙(한국교원대부고), 박시영(신장중), 이승민(동북고) 선생님께서 집필에 아이디어를 함께 나눠주셨습니다. 

저작권자 © 교육플러스(e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