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왜 화를 내는 지 모르겠는 아이

[교육플러스] 아이가 태어나며 부모가 되고, 아이가 자라면서 학부모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자녀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녀, 교사와 소통을 힘들어하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교육플러스>는 이런 부모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연합(KACE연합)과 공동으로 부모, 자녀, 그리고 가족 관계 이해를 돕고 실질적 소통 방법을 제시하는 연속 시리즈를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김순옥의 엄마 마음 아이 마음>  시리즈는 일상 속 이야기를 통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저녁 식사로 분주한 주방. 아이가 와서 배가 고프다고 한다. 식탁 위에 달걀말이를 보고 한껏 기뻐하던 아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이거 먹어도 돼요?”“응” 아이는 맛있게 달걀말이를 먹었다. 

다음날 학교. 여름이어서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옷 소매 사이로 파란 살이 보인다.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선생님이 물었다. “팔 왜 이래?” 그 물음에 아이는 주먹을 움켜쥐고 몸을 부들부들 하며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는 “엄마를 죽일 거에요”라고 한다. 그리고는 이내 눈물이 그렁거린다.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덩치가 조금 큰 초등학교 3학년 아이. 아이의 이야기는 이랬다 “엄마가 저녁밥을 준비하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가 있길래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먹어도 된대서 먹었는데 엄마가.. 막 화를 냈어요...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는 파리채로 때렸어요.” “뭐라 그러면서 혼내셨어?” “몰라요” “무슨 말씀이 있었을 거잖아.”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몰라요” 한다.

아이는 엄마의 훈육을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엄마가 때리면서 한 말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머리가 나빠서였을까?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저 어제 엄마에게 혼났어요.” “왜?” “몰라요”라고 한다. “엄마가 말씀하셨을거잖아” 많은 아이가 하는 대답한다. “네.... 그런데요.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은 왜 엄마가 혼내면서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할까. 

엄마가 훈육할 때 엄마가 화를 내면 훈육의 내용이 아니라 화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아이의 마음엔 엄마가 지난번처럼 때리거나 혼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엄마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뒤엉킨다. 오늘은 엄마가 어떻게 하실지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무섭다. 

집이 떠나갈듯한 데시벨의 고음, 커진 눈동자, 울그락불그락하는 얼굴, 연신 움직이는 커다란 입, 한껏 올라간 어깨, 손가락질하며 흔드는 손. 

작은 아이의 몸으로 올려다보는 엄마의 모습이다. 두 손을 들고 포효하는 붉은 곰을 눈앞에서 만난 느낌이랄까. 이렇게 공포가 커진 상태에서 엄마의 이야기가 들릴 리가 없다. 중요한 얘기였을 텐데 말이다.

때로는 이렇게 화를 내고 밤에 잠자기 전에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나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엄마가 화낸 거라고만 생각한다. 결국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엄마가 혼낼 때 했던 말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아이에게 교육적인 접근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엄마가 물어본다. “그거 왜 먹었어? 어?” 아이가 눈치를 보며 답한다. “배가 고파서...” 엄마는 말하며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잖아. 것도 못 기다려? 돼지야?” 아이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엄마가 먹으라 해서 먹었는데...” “누가 다 먹으랬어? 어?” “얼마큼 먹으라는 말이 없어서 다 먹어도 되는 줄 알았지...”“너 생각이 있어 없어. 어? 반찬인데... ”

물음에 대답하는 동안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더 화를 낸다. 

물어봐서 대답했는데... 이쯤 되면 억울해지기 시작한다.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었더니 날벼락이다. 대답을 안 하는 게 낫겠다 싶다.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는 답을 해야 하는 질문과 비난을 위한 질문을 구분할 수 없다. 대답하면 할수록 엄마에게 더 혼난다. 난 엄마처럼 말을 잘할 수 없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엄마처럼 말꼬리 잡고 일일이 따지기 어려운데,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울면 뭐 잘했다고 우냐며 운다고 혼나니 눈물도 애써 감춰본다.

갑자기 엄마가 “너 뭐 잘못했어. 말해봐.”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억울하다. 거기다가 대답을 잘못하면 대답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는 교훈을 아이는 갖고 있다. 대답할수 가 없다. 엄마의 마음에 드는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대답을 안 하기로 했다. 할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입을 더 앙다물고 참았다. 그랬더니 엄마는 더 펄쩍펄쩍 뛴다.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다. 아이의 눈동자가 풀리며 정신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화를 내다기 마무리하고 싶을 때쯤 아이에게 말한다. “잘못했습니다. 안 해?” 아이는 고민한다. 잘못한 게 아닌데 잘못했다 해야 하나? 자존심이 상하고 버티고 싶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그러나 이 상황으로부터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다. 자존심을 버리고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제 끝났다는 안도와 함께 화가 올라온다. 눈물이 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도 하고 비굴해진 자신이 초라하다. 속상하고 엄마가 밉다. 

그러나 이럴 시간이 없다.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엄마가 화가 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다. 빨리 엄마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날 며칠 동안 시달릴 것이다. 눈물을 쓱 훔치고 웃어본다. 그리고 엄마에게 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라고 부른다.

아이는 삐쳐있을 시간이 없다. 자신의 마음을 달랠 시간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그런 채로 엄마의 화가 가라앉고 풀리기를 기다린다. 눈치가 보인다. 혼이 난 날 엄마가 화가 풀린다면 행운이다. 그렇지 못하면 엄마의 목소리와 말투에서 따뜻한 봄날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잠을 청해본다. 

아침 내내 엄마 눈치를 보다 학교에 왔던 아이는 불쑥불쑥 화가 난다. 뭔지 모르지만, 화가 난다. 옆 짝꿍이 웃는 것도 꼴보기 싫다.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싸울 수 있다. 싸움이 되면 소리도 지르고 실컷 울 수도 있을거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의 일을 선생님이 물었다. 그러자 그 분노가 엄마를 향한다. “엄마를 죽일 거에요.” 

(이밎=픽사베이)
(이밎=픽사베이)

생각을 해보자. 엄마는 왜 화가 났을까? 다음 질문들은 따지려는 물음이 아니다. 엄마 자신의 마음에 조심스레 똑똑 노크하자. 그래서 방어하지 않은 채로 답할 수 있게 엄마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서 들어 봤으면 하는 질문들이다.

엄마는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났을까? 
어떤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을까? 
아이가 계란말이를 다 먹어서일까? 
왜 한 개만 먹어라 혹은 두 개까지는 먹어도 된다고 한계를 짓지 않았을까?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그럼 아이가 한 행동이 처음 있는 일이었을까? 

어쩌면 한두 번이 아니어서 화가 더 많이 났을 수도 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 아이에게 계란말이를 먹지 못하게 하거나 한계를 정해주었더라면 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참지 못하는 아이여서 참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우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가족이 함께 나눠 먹어야 하고 양보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뚱뚱한 몸을 가진 아이여서 더 살이 찔까 봐 걱정되었던 것일까?
예쁘게 만든 계란말이를 홀딱 먹어버려서 나의 노력이 처참하게 부서진 느낌이었을까?
남편에게 짜잔하고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어 화가 난 것일까? 
엄마는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났을까?

혹시 그날 다른 일로 화나는 일이 있었을까? 
감정이 계속 상해있었고 약간의 화가 지속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몸이 피곤하다거나 생리 중이어서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여서였을까?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낮아서 조그마한 자극에도 반응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를 그 사연을 귀 기울여 봐야 한다.  그 이유는 긴 이야기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엄마들의 행동에는 참 많은 과거의 사건과 그에 대한 감정들이 뒤엉켜 한편의 서사를 이룬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본인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비난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행동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나의 행동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선택은 내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다른 선택을 할 방법을 모른다면 엄마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엄마의 이야기는 다음주에 달걀말이 사건 엄마 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순옥 커가는사람 교육상담연구소 소장

김순옥 커가는사람 교육상담연구소 소장.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연합(KACE연합) 16년차 부모교육 강사와 미술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3400회 이상 강의와 상담을 진행하고 부모교육, 학생교육, 가족‧부모‧학생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논문 ‘집단미술치료를 적용한 감성능력 부모교육 프로그램 참여 부모의 양육스트레스와 정서조절능력 변화 사례 연구’가 있다. 대화법, 감성능력, 진로지도, 미술심리상담, 에니어그램, MBTI, 교류분석(TA), 발달단계에 따른 자녀양육, 자기주도 학습코칭, 교육관, 부모코칭, 성인지감수성, 성교육 등 부모에게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한다. gp_soon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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